▲ (해남농산어촌청년문제연구소장)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함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눈여겨보고 있는 도시가 어디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의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내 대답은 서울과 완주이다.
서울은 대학로를 밑바탕으로 청년 문화예술인 주거공간 확보에 열일을 제치고 하고 있다. ‘주거 Down 창작 Up 프로젝트’는 주거복지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확보한 386개 빈집 중 일부를 활용한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프로젝트 결과 서울시 마포구 1곳, 강남구 3곳, 서초구 4곳, 강서구 1곳, 양천구 1곳, 강동구 1곳, 남양주시 1곳, 의정부시 2곳, 구리시 1곳 등 총 15곳에 청년예술인들이 10월 말까지 입주해 거주하게 된다. 

 보증금 50만원에 주택사용료 5만원이라는 획기적인 경제이다. 또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청년예술인 주택을 100호로 늘려 청년문화예술인을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완주는 예술인 문화 귀향 활성화 사업으로 ‘청년 작가 완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 예술인들은 서울과도 연계해 끊임없는 창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 사업은 청년예술인들만의 자산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완주와의 인연을 협업이라는 사업으로 재탄생 시킨 사례이다. 

 완주는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을 제공하면서도 부가적 수익창출 및 문화가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 됐다. 더불어 타 지역 간 작가 및 예술인 네트워킹도 이뤄진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예술 교류의 장으로도 완주는 손색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 두 도시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 청년문제는 ‘거창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통 큰 것만 생각해 그들을 붙박이장처럼 오랫동안 머물게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청년정책을 대한다는 것이다.

 청년문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시일, 숙박 시설, 창작 지원금, 연계 단체 등이 그렇다. 그러나 사안이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그림을 구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 해남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문화예술의 거점과 그에 따른 스토리텔링 사업이다. 
현재 1차 산업인 농산어촌의 생산품을 가지고는 더 이상 도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그 뿌리가 되는 노동인력 역시 고령화에 접어들어 가치 창출에 한계성이 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젊은층의 유입은 이 도시의 생존과도 직결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문학, 미술, 음악, 공연 분과의 청년들부터 모집하자. 그리고 이들을 데리고 해남의 각 지역별로 특파하자. 자유롭게 해남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이들은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이곳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마이크와 앰프, 붓과 노트북을 지원하자. 이 지역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in 해남의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설사 그 청년들이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할 것도 없다. 한해 두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반복 시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남의 콘텐츠는 만들어진다. 하다못해 이들 청년들의 활동과 인터뷰 채록 자료만을 모아도 한권의 책이 된다. 
이것은 또한 지역의 기성 예술인들과의 교류의 장으로도 삼을 수 있다. 흉물스런 공가(空家)를 청년 예술인의 활동으로,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 그 이후 공간에서 이뤄지는 세대 간의 담화야말로 해남 문화의 확장성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 서울과 완주 외에도 청년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사활을 건 일이 됐다. 광주에서는 달빛포크뮤지션 워크숍을, 광양에서는 청년희망도시 비전 선포식을, 여수에는 청년정책 기본계획 확정을, 전주에서는 청년예술인 지원자 공모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해남군! 이제 우리도 무엇이라도 조금 하는 모습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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