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호(해남군행정동우회 회장)

 해남은 어느 지역보다 넓고 크다. 그만큼 산물 또한 풍부하다. 쌀 고구마 배추는 국내 최대 주산지이고 3면의 바다는 청정 수산물의 보고이다. 
역사문화자원 또한 빼어나고 일찍이 선사시대의 중심지였음도 밝혀지고 있다. 변방이지만 인문자원 또한 많다. 근대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에도 큰 군세는 다른 지역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특히 땅끝마을 브랜드는 해남을 일약 전국의 명소로 서게 만들었다.
그런 해남이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땅끝이 가보고 싶은 곳 100선에 들지 못하듯 해남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실제로 작년도 해남을 찾은 관광객 숫자가 도내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해남의 잃어버린 10년을. 이는 세 번의 군수 유고 사태가 불러온 결과이겠지만 그동안 우린 무얼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자성도 해 본다. 어찌 됐건 해남은 시기적 지역적 히트작들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토요시장을 못 만들었다” 
토요시장이란 게 별건가? 그 고장에서 나는 농수축산물들을 중간단계 없이 직거래하는 것일 뿐이다. 인근 지역의 토요시장도 그저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날 축산농가 몇이 소를 직접 잡아 팔면 어떨까 하는 착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값싸고 싱싱한 고기는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됐고 발 빠르게 행정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성공한 것이다.

“회 센터가 없다” 
해남은 삼면이 바다다. 이곳에서 나는 어획량 또한 풍부하다. 남창, 땅끝, 우수영 같은 좋은 지리적 조건도 갖고 있다. 특히 남창은 충분한 부지(공유수면매립지)도 있다. 왜 이런 좋은 조건들을 간과할까. 한때 회 센터를 추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매립지 소관청과 협의가 잘 안돼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건 우리 공직자들의 의지와 추진력이다. 세태의 한 단면인가? 요즘 공직자들은 너무 쉽게 결정하고 빨리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 
남창매립지는 기본적으로 우리해남의 땅이다. 목적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다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와 집념이 필요하지 않을까. 왜 토요시장이고 회 센터인가. 이 둘은 단순한 시장 기능 외에 지역 경기와 물가관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으로 말한다면 군의 지원과 조정으로 이뤄지는 직거래 시스템은 근원적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저렴하고 투명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그것은 곧 주변 상가들의 판매가에 영향을 준다.

 해남은 비싼 물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요즘의 물가관리는 행정지도론 한계가 있다. 결국 거래와 유통시스템을 조절하는 간접관리 방법이 유효하다. 또 이 둘은 지역민들의 외식문화와 함께 자존심 문제로도 이어진다. 요즘 인근지역의 토요시장과 회 센터는 주로 해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반면 그 지역 사람들이 해남 식당가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곳을 찾으면서 갖는 자존심은 필자만의 감정일까. 지금이라도 특색 있는 토요시장과 회 센터 건립을 주문한다.

“로컬푸드는 어찌 할건가” 
로컬푸드는 흔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 거리를 단축시키는 것. 즉 생산 농민과 소비자 간에 산지 직거래를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자는 운동이다.
로컬푸드 매장은 해남군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운영을 사실상 군 직영으로 추진하고 있어 걱정이다. 도대체 공무원들이 주야간 장사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울러 우리 해남에는 국내 최대 농수산물 생산창고에 걸맞게 토요시장과 로컬푸드 매장은 물론 화물 터미널까지 갖춘 대형복합유통 센터 건립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대표 축제가 없다”
요즘 흔한 게 축제이고 모두 그렇고 그런 축제라고들 하지만 우린 그런 축제마저도 없다. 특히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축제가 없어 아쉽다. 애써 명량축제를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진도와 공동이고 전라남도 축제이다. 꺼리는 어느 지역보다도 좋다. 

“향토사 박물관을 짓자” 
요즘 대부분의 시군들에는 향토사 박물관이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역사를 모르는 국민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과거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일진대 우리는 지금 그 거울이 없는 꼴이다.  
향토사 박물관이야말로 우리의 뿌리이고 자존이다. 
이런저런 사안들이 거론되면 의래 예산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해남읍 도시계획 도로개설에 천억원에 가까운 군비가 투입된 것을 어찌 봐야 하나. 모름지기 우리 모두 발상과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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