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
김석천 선생님 지도

▲ 매주 금요일 종합사회복지관이 마련한 한글교실에선 할머니 열 분이 수업을 받는다.

 “가, 나, 다, 라…마, 바, 사…”
“아이고 누님 노래가 아니고만. 노래로 부르랑게.”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종합사회복지관 강의실에선 할머니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울음소리와 글 읽는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던가. 할머니들의 글 읽는 소리가 복도까지 마중을 나온다. 
지난 5일 한글교실에 모인 할머니들의 수업은 마치 초등학교 1학년 교실 같은 분위기다. 김석천 선생의 유머 섞인 강의에 할머니들은 연신 웃어댄다. 
할머니들은 아직 문장 읽기가 능숙하지 않다. 이 단계가 지나면 동화책 읽기를 거쳐 내년쯤에는 표현하기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표현하기에서는 편지와 시 쓰기를 하게 되는데 할머니들의 글을 모아 작품집도 낼 계획이다. 

 오판임(83) 할머니는 “젊어서 못 배워 지금이라도 배운다. 죽을 때까지 공부할란다”고 말했다. 한글을 몰라 제일 불편했던 것은 어디서 편지 같은 게 와도 남들에게 봐달라고 해야 했고, 농협에 가서 남에게 써달라고 해야 할 때가 미안하고 한스러웠다고 했다. 
지금은 많이 늘었지만 받침이 어려워 빼먹는 경우가 많단다. 언젠가 떠듬떠듬 써놓은 편지를 막내딸이 사진을 찍어 형제들에게 보낸 적이 있는데, 자식들이 편지 잘 썼다고 칭찬을 해오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 시절엔 밥 먹기도 어려워 오빠만 가르치고 딸들은 무시했어.”  
“그 시절에 어떤 남자가 연애하자고 해도 글을 몰라서 연애를 못했어. 편지라도 써야 할 텐데, 그럴 수가 있어야제. 지금이라도 좋은 남자 있으면 연애편지 쓰고 싶어.” 
“글을 몰라 멀리 가면 집에 못 돌아올까 봐 집 밖을 나가지도 못했어.”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지 못한 이유와 불편함이었다.  

 할머니들은 선생님이 좋아 한글교실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판임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매주 금요일 한글교실 만큼은 빼먹지 않고 나온단다. 손등을 보니 링거 맞느라 생긴 멍자국이 선연하다. 
김영동 관장은 한글교실을 맡고 있는 김석천 선생이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라 수업을 재밌게 진행한다며, 흔쾌히 재능기부를 해준 김석천 선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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