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일(해남군지방분권추진협의회 위원장)

 최근 해남군의회가 로컬푸드 매장 부지 매입안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여론이 로컬푸드의 본질과 동떨어진 흑백논리식 논쟁으로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때문에 매장 입지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보단 어떻게 하면 해남 로컬푸드를 성공시킬까란 대승적 방향에서 머리를 맞대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왜 전국 농촌지역들이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 로컬푸드는 상대적으로 시장경쟁력이 떨어진 소농들에게 적합한 대안유통이다. 소농들의 농산물은 시장경쟁력은 뒤지지만 기후, 토양 등 지역 자연환경과 친화적이고, 지역 역사와 문화를 내포한 향기 있는 먹거리다. 먹거리시장이 싸고 좋은 게 지배하던 가격시장에서 맛과 멋, 안정성 등을 우선시하는 가치시장으로 변화되는 추세인데 소농들 농산물이 이 가치시장과 궁합이 잘 맞는 데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로컬푸드에 대한 오해도 많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거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로컬푸드를 매장 그 자체로만 생각한다. 
로컬푸드는 지역 먹거리에 내재된 가치를 통한 직거래운동이다. 따라서 지역 먹거리가 품고 있는 가치를 재조명하고, 새롭게 콘텐츠화시킨다. 소비자 쪽에서 지역먹거리 가치를 보자면 환경에 따른 맛과 영양의 특색, 안전한 먹거리, 착한 가격, 참여와 연대의 보람 등을 들 수 있다. 

 해남은 난대기후와 계절풍,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바다를 낀데다 먹거리의 향유문화가 발달된 지역으로서 어느 지역보다 먹거리 가치가 뛰어나다. 이런 먹거리 가치를 가지고 직거래하려면 소비자들이 이 먹거리 가치를 알아주는 게 관건이다. 때문에 소비자와 끊임없는 교류와 먹거리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구색과 가격을 무기로 삼는 일반 마트보다 먹거리 가치가 풍성한 로컬푸드를 찾을 게 아닌가?
로컬푸드를 지역이란 공간에 가두는 발상은 되려 해남농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만약 로컬푸드가 지역 간 시장 장벽이 된다면 그만큼 해남 먹거리가 수도권과 대도시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멀어지게 된다. 때문에 로컬푸드가 해남의 가치를 품은 해남 먹거리의 브랜드파워를 일으키는 일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가치를 품은 먹거리는 입소문을 타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로컬푸드가 해남 먹거리의 입소문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돼야 한다. 인구 7,000명의 일본 아야정에서 혼모노센터(로컬푸드)가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건 이런 전략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해남 로컬푸드는 네 가지 점을 되짚어야 한다.

 첫째, 해남 먹거리가 품은 가치를 찾아 혁신시킨다. 주지한 바와 같이 해남은 어느 지역보다 먹거리의 가치요소가 풍부하고 개성이 뛰어나다. 이 먹거리들이 어떤 다름의 가치가 있는지 분석하고, 재조명하고 시장조건에 맞는 콘텐츠로 변환시킨다.
둘째, 해남의 가치먹거리의 생산공동체를 육성한다. 해남에 산재된 가치먹거리들이 관계마케팅의 단 위에 올라서려면 관계마케팅에 걸맞는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개별 농가보단 생산과 자주적 관리체계를 갖춘 공동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셋째, 해남 소비자들과 해남 먹거리가치를 공유하는 노력을 경주한다. 해남 먹거리에 천금의 가치가 있다 한들 해남소비자들이 외면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때문에 해남소비자들이 해남먹거리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교육하고,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도록 조직하는 일을 경주한다.
넷째, 해남 로컬푸드를 해남 농업을 살릴 새로운 전략포인트로 자리매김한다. 쌀, 배추, 고구마 같은 단작 농산물은 산업화 쪽에서, 소농들의 다작과 친환경농산물은 지역 가치를 품은 관계마케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로컬푸드를 해남 다작농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첫 단추로 여겨야 한다.  
해남형 로컬푸드를 어떻게 성격 짓느냐에 따라 매장의 입지여건이 다르고 운영방식이 달라진다. 상가형 매장뿐만 아니라 집하, 가공, 유통, 교육 복합기능의 입지나 휴게소 병행형 입지 등도 검토 대상이다.

 로컬푸드에 대해 여론이 들끓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이 여론을 기대와 관심, 참여의 동력으로 만들 일이다.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바느질할 수 없듯이 급하다고 절차와 내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로컬푸드가 해남의 희망재를 쌓는 효자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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