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성 훈(청년 작가)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그중 사회적 거리 두기는 서로 간의 예의로 자리 잡았다.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남녀노소 ‘거리 두기’는 어느덧 사회적 상식으로까지 됐다. 이 밑바탕에 깔린 심리에는 ‘지역사회’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사회가 아니다 보니, ‘확진자’ 오명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감염되고, 그 시설이나 지역의 일정부분이 마비된다는 것을 상상한다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일 임시 휴장한 오일시장의 풍경은 낯설었다. 오는 6일에도 한 차례 더 휴장을 한다고 하니, 코로나19의 위기의 심각성이 체감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강사 생활을 하는 지인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방과 후 강사의 경우 학교 개학이 늦어짐에 따라 강제적으로 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해남군에서 주관하는 늘찬 강의를 하는 강사의 경우는, 교재 준비 명목으로 생계지원을 일정부분 군에서 신경 써 주는 까닭에 숨 돌릴 틈은 조금 벌었다고 한다.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같이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바람은 크든 작든,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필자 역시, 강의 계약은 마쳤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대면하지 못하고 있다. 끝날지 모르는 긴 어둠, 빛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마냥 걷고만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필자의 강의는 주로 독서, 글쓰기, 문화예술교육부분이다. 특히 이번 독서교육을 위해, 몇 편의 원고를 추려, 써 놓은 글이 있는데, 그중 한 부분을 소개한다. 
독서에 있어 읽을 독(讀)의 한자 풀이다. 讀은 말씀 언(言)과 팔 매(賣)가 합쳐진 것이다. 소리인 언과 의미인 매가 결합되어, 읽을 讀은 ‘소리 내다’라는 뜻을 지닌다. 어떤 소리를 낼 것인가. 言의 어원을 풀어보면, 피리 모양의 악기의 입(reed)과 댓가지 죽(竹)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言이 악기의 소리에서 사람의 말로, 다시 말과 관련된 여러 뜻을 갖게 되었지만 言으로 구성된 글자에는 일반적인 언어행위 외에도 말에 대한 고대 중국인들의 인식이 반영돼 있다. 
먼저, 말은 믿을 수 없는 거짓, 속임의 수단이었으며, 말을 잘하는 것은 능력이 아닌 간사함이자 교활함으로 여겼다. 그 때문에 말의 귀착점은 언제나 다툼이었다. 이처럼 言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팔 매(賣)는 날 출(出)이 의미부이고 살 매(買)가 소리부로, 사들인 것을 내다 파는 것을 말했는데 出이 선비 사(士)로 잘못 변해 지금처럼 됐다. 이로부터 팔아먹다, 자신을 드러내다 과시하다 뜻이 나왔다. 
따라서 讀이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거짓된 언어라는 뉘앙스가 숨어 있다. 讀은 출생부터 그릇된 말의 현장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해는 끊임없이 정도(正道)를 탐구하는 기나긴 여정일 수밖에 없다. 
무엇을 ‘讀하다’는 것은 긍정으로만, 부정으로만, 답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코로나19의 상황을 ‘讀하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득실을 분명히 진단하고, 장기전에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 충분히 공론이 모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讀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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